방송통신위원회가 조립 PC도 전자파적합인증(이하 전파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PC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조립 PC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이에 대해 "현실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작 당사자인 방송통신위원회도 어떻게 해야 할지 난항에 빠진 모양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용산 내 대형 쇼핑몰 컴퓨존이 전파인증에 대한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컴퓨존은 자체 브랜드인 '아이웍스'를 통해 조립 PC를 판매해 왔는데, 이 제품이 전파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다. 현재 컴퓨존은 아이웍스 판매를 중단했으며, 다른 쇼핑몰도 자체 브랜드 PC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조립 PC 업체들은 이러한 상황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업체들은 "조립 PC에 들어가는 부품들은 모두 전파인증을 받은 것들인데, 왜 다시 전파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보였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전파인증을 받은 부품으로 조립된 PC도 별도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부품별로 인증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완제품 PC로 만들어지면 전자파 발생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증을 받지 않고 판매를 목적으로 PC를 제조한 경우에는 처벌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PC 한 대가 전파인증을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방통위는 현재 41개의 민간 시험기관을 관리하고 있다. 이 중 어느 기관을 거치냐에 따라 기간이 크게 달라지는데, 대략 2주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여기에 2~5일 정도의 인증 기간이 더해진다. 즉 평균적으로 3주가량 걸리는 셈이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전파인증에 드는 비용도 문제다. 하나 받는 데 대략 150만 원 안팎을 내야 한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대부분 부정적이다. 일부 네티즌은 "방통위의 입장이 대기업에만 유리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전파인증이 조립PC에도 의무화되면 PC의 가격이 그만큼 늘 것"이라며 우려하는 반응도 다소 있었다.
업체들의 반발이 커지자, 방통위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립PC도 전파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개선할 여지가 있음을 밝혔다. 방통위는 "조립PC의 특성상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제품이 제조되므로 영세업체가 제품별로 시험 및 인증비용 등을 모두 감당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초반의 강경한 태도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업체들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용산 내 대형 쇼핑몰 이지가이드의 신국도 대표는 "어찌 됐든 전파인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변함이 없다. 결과적으로는 업체들이 오랫동안 힘들여 성장시킨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을 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 대표는 "PC에 들어가는 부품 하나를 바꿀 때마다 쇼핑몰의 제품들이 통째로 바뀌는데, 이걸 일일이 다 인증받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제품 출시가 잦고 가격 변동이 큰 PC 하드웨어 특성상 업체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
방통위는 "간담회 개최 등 관련 업계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제도 개선 때까지는 단속을 유예할 방침이다.
[SS현장] 용산 조립PC업체 ‘몸살’…“전파인증? 죽으란 소리”2012.02.22
컴퓨존, 2012년 1월 전자세금계산서 마감 공지2012.02.06